캄의 블로그

전화예절

기억의습작2006. 11. 1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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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들어 한국인들은 거의 누구나 핸드폰을 가지고 있기때문에 불과 20년 전과 비교하면 어쩌면 성능좋은 워키토키를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듯 하다.

내가 어렸을때는 재믹스 라는 게임기가 우리동네 유일하게 있었다. 그런데 재믹스는 있었는데 나에겐 워키토키가 없었다.

그때가, 1987년도였던것 같다. 내가 5학년때 재믹스를 하려고 많은 동네 아이들이 우리집에 놀러왔었다.

난 게임 한판에 200원 내지 1000원을 받고 반나절 내내 게임을 시켜준다던지 일주일에 2000원을 받고 게임기를 아예 대여해주는 사업을 하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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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재믹스


동네에 나보다 한 세살 많은 (중학생이었으니까) 형이 하나 있었는데, 하루는 나에게 다가와서
'2,000원 줄께. 재믹스좀 빌려줘' 라고 말하였다.

"이거 오늘 저녁부터 민현이 빌려주기로 했어. 안돼" - 어차피 저 돈은 내꺼다...

'그럼 너에게 내 워키토키를 줄께 일주일만 빌려줘'

내가 평상시에 정말 갖고싶어했던 워키토키를 준다고? 난 냉큼 재믹스와 조이스틱 그리고 몇가지 팩(게임디스켓정도) 을 챙겨주며 워키토키부터 보여달라 했다.

그 형은 집에서 워키토키 2개를 가져왔고 난 일주일간 빌려주었다.

그 형은 워키토키때문인지 일주일이 지나도.. 이주일이 지나도.. 삼주일이 지나도 내 재믹스를 돌려주지 않았다.

형도 지겨웠는지 끝내 내 재믹스를 돌려주었고 그대로 워키토키는 나의 차지가 되었다. 그 워키토키는 라디오 방송 송신 기능도 되었다!!

한번은 아버지랑 아버지 친구들과 올림픽이 열리기도 전 서울 잠실 올림픽 경기장에서 외국 국대와 우리나라 88올림픽팀간의 축구경기를 데려갔었다.

다른 선수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황보관 선수와 김종부 선수 정도는 기억난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있는 그 선수들의 이름을 전반전부터 외쳤던 기억이 난다. (나오라고)

그때 그 워키토키로 아버지랑 나는 수신을 하면서 사람 많은곳에서 서로 안 잃어버렸고, 또 경기중에는 중계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워키토키로 들어가면서 축구를 관람한 기억이 난다.

글과는 달리 내용이 많이 빗나갔는데,,,

하여간 그렇다는거다. 요샌 개인용 전화기가 생활화 되어 워키토키처럼 쓰이는것 같다 라는...

스팸 전화도 많이 받고, 또 상담원과 빨리 연결이 되길 바라면서 초조해하는 것때문에 적잖이 전화에 대한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나를 발견한다.


무실에 앉아있다보면 많은 전화를 받곤한다. 어쩔땐 말도 안되는것을 가지고 자꾸 청탁을 한다든지, 또 어쩔땐 떼를 쓰기도 하는 민원들을 만나다보면 왜 저렇게 전화를 할까. 저렇게 전화를 하면 저 사람 기분도 좋을까? 라고 생각을 해본다.

내가 하면 괜찮고 남이 하면 잘못이고...

며칠전이다. 차를 팔고 압류까지 다 해지해버렸는데 영등포구청과 서울시청에서 자꾸 밀린 딱지값을 내라고 편지가 오는거다.

난 차 팔때 돈 다 냈으니까 별 생각없이 있었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다. 최고 독촉장이라는둥, 재산 압류등의 편지를 받고나선 공무원인 내가 다른 공무원에게 전화를 걸게 된 것이다.

"네. 영등포 구청 xxx 입니다" (어떤 여직원의 무척 사무적인 딱딱한 말투와 피곤한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으니 이거 상냥하게 전화하면 된통 당할것 같은 위기감이 찾아와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걸걸하게 한 후,

"예 문의가 있어서 전화했습니다" (컬컬 가래끓인 목소리 + 나도 화가 많이 난듯한 목소리)

갑자기 상대방의 목소리에 긴장감이 흐르는것을 느낄수 있다. "무엇때문에 그러시는데요?"

"내가 최근에 차를 팔았는데 그때 압류된 돈이랑 뭐랑 다해서 냈는데 최고 독촉장까지 나오네요"

"성함과 차 번호좀 불러주시겠어요?" (명랑 + 쾌활)... -_-;

"네. 김기원. 01저5**1"

"네.. 입금은 확인되었구요, 압류가 아직 안 풀렸네요. 지금 처리해놓을테니 염려마세요"

"음.. 수고하십쇼"

나의 목소리는 끝까지 일말의 감사함이나 수고했다는 말투는 전혀 담겨있지 않았다. 물론, 너희들 잘못때문에 내가 이렇게 고생해가며 전화해야 하냐라는 뜻이 내포되어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화가 올때 나는 어떤 모습인가. 과연 나는 전화를 어떻게 받는가 되새겨보았다. 평소 사무실에서 전화를 잘 받는편은 아니어서 잘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하기엔 친절히 전화를 받고 목소리도 또박또박, 담당자 연결시까지 목소리 톤도 또박또박 한다고 생각되어지는데

아마 내가 민원인이 되어 나에게 전화를 걸어보지 않는 이상 알수가 없고나...

공무원과 공무원간의 전화통화. 그리고 알수 없는 통화상의 완력 다툼. 물론 상대방은 나도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인것을 모를것이나 그 사람 역시 자기는 업무에 관한한 통화는 확실하게 잘 하는것으로 생각하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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